로스쿨 졸업 후 오탈자 낙인, 1000만원 학원비도 소용없다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실패와 오탈자 문제

지방사립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혜진씨(33)는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해 신림동의 유명한 N수생 스파르타반에 등록했다. 민사법 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난이도에 좌절하며 합격선에 미치지 못했다. 내년 1월, 네 번째 도전에 나서는 그는 8개월간 학원의 집중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수강료는 약 1000만원. 여기에 고시원 월세 30만원, 생활비 50만원을 더하면 12월까지 약 164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혜진씨는 "N수생이 되면서 스터디그룹에 들어가기도 어려워졌고, 오탈자가 될까 봐 신경안정제를 처방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는 5회로 제한되며, 이를 모두 소진한 로스쿨 졸업생은 오탈자라는 낙인을 받는다. 이들은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음에도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해 직업 선택의 기회가 제한된다.

오탈자란 무엇인가, 그 숫자와 증가 추세

오탈자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따라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 시험 기회를 모두 사용하고도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뜻하는 은어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2.3%로, 2012년 87.15%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오탈자는 1700명을 넘어섰다. 매년 약 200명이 새로 발생하며, 일부는 3~4회 낙방 후 시험 준비를 포기한다. 이들은 로스쿨 수료증을 활용해 변호사 자격 없이도 취업을 모색하지만,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제한적이다.

연도 오탈자 수 증가 인원 합격률
2022 1342명 207명 54.1%
2023 1543명 201명 53.2%
2025 1737명 약 200명 52.3%

경제적 부담, 학비 대출과 사교육 비용의 이중고

로스쿨 졸업생들은 학비 대출과 사교육 비용으로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이혜진씨의 경우, 부모님의 대출 지원으로 학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6개월 이상 학자금 대출을 연체한 로스쿨생은 97명으로, 8년 전 대비 3배 증가했다. 이는 변호사시험 불합격으로 인한 소득 부재가 주요 원인이다. 지방 출신 N수생의 부담은 더욱 크다. 신림동 고시촌에서의 생활은 고시원 월세, 식비, 교통비 등으로 월 80만원이 소요된다. 한 유명 변시 기숙학원은 호텔형 스터디 공간을 제공하며 1인실 월 300만원을 청구한다. 숙식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운영되는 또 다른 학원은 2월부터 12월까지 1068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이러한 비용은 N수생들에게 큰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법적 논란, 응시 제한의 위헌성 논쟁

변호사시험의 5회 응시 제한은 오탈자 문제를 둘러싼 핵심 논란이다. 로스쿨 졸업생들은 이 규정이 위헌이라며 2016년, 2018년, 2020년에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소는 고시 낭인 양산을 방지하고 법조인 양성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응시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반대 측은 변호사시험이 본래 교육과정 이수 후 합격이 용이한 자격시험으로 설계되었으나, 현재는 사법시험처럼 경쟁적인 선발시험으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한다. 응시제한 폐지 단체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예외 사유 확대(질병, 출산 등)를 요구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층은 질병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부에 전념하지 못해도 응시 기회가 제한되며, 이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사회적 약자층의 더 큰 피해, 오탈자의 낙인

오탈자 문제는 단순한 시험 실패를 넘어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진다.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음에도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한 이들은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특히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층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뇌병변장애를 가진 최상원씨는 변호사시험 준비 중 불면증에 시달리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은 오탈자라는 낙인과 함께 경제적 압박, 심리적 스트레스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일부는 로스쿨 수료증을 활용해 법률 관련 직업을 찾지만, 변호사 자격이 없어 선택지가 제한된다. 이는 로스쿨 제도가 약속했던 기회 균등의 이상과 어긋난다.

대안 모색, 변호사시험 제도 개선 필요성

오탈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아직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변호사시험 합격 기준을 완화해 자격시험의 본래 취지를 살린다. 둘째, 오탈자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나 직업 전환 지원을 강화한다. 셋째, 질병, 출산 등으로 인한 응시 제한 예외 사유를 확대한다. 그러나 법무부와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변호사시험의 선발시험화는 로스쿨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며, 오탈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법조계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약자층의 기회 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향후 전망과 사회적 책임

오탈자 문제는 개인의 실패를 넘어 한국 법조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로스쿨 졸업생들은 억대의 학비와 사교육비를 투자하지만, 합격률 하락과 응시 제한으로 좌절한다. 특히 지방 출신이나 경제적 약자는 더 큰 부담을 안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응시 제한 규정의 재검토, 합격률 안정화, 그리고 오탈자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법조계와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오탈자는 계속 증가하며 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스쿨 제도가 약속한 공정성과 기회 균등을 실현하려면, 제도 개선과 사회적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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